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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MD에 뒤처진 인텔, TSMC에 차기 6나노 칩 생산 위탁...팹리스로 정체성 바꾸나

발행일시 : 2020-07-28 11:00

인텔, 삼성 말고 대만 ‘TSMC’ 선택
향후, AMD처럼 팹리스 전향할 수도
삼성, 美 오스틴 공장 증설론 급부상

미국 실리콘밸리에 위치한 인텔 본사. <전자신문 DB> <미국 실리콘밸리에 위치한 인텔 본사. <전자신문 DB>>

인텔이 뒤처진 미세공정 기술을 보완하기 위해 경쟁사 AMD의 동업자와 손을 잡았다.

대만 외신은 미국 종합반도체 기업 인텔이 대만의 파운드리 기업 TSMC에 6nm(나노미터) 칩 위탁생산을 맡긴다고 2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에 따르면, 인텔의 이번 주문은 18만개 웨이퍼를 포함하는 전례 없는 규모로, AMD보다 2만개 적은 수준이다.

차이나타임즈(공상시보)에서 언급한 내용에 따르면, 인텔이 이번에 TSMC에 맡긴 주문은 12세대 알더레이크와 11세대 로켓레이크이며, 당초 10세대 프로세서에 포함됐던 타이거레이크도 11세대 대열에 합류했다. 모두 AMD의 차기 아키텍처 젠3와 젠4 기반의 라이젠 4000과 5000에 대응하는 경쟁 모델이다.

현재 TSMC는 하반기 투입될 기존 7나노 생산라인 일부를 6나노로 전환하기 시작했으며, 생산은 내년 상반기부터 본격화될 전망이다.

출처=대만 공상시보 <출처=대만 공상시보>

이 같은 인텔의 움직임은 경쟁사 AMD에 추월당한 기술력을 동등한 수준으로 유지하기 위해 내린 불가피한 결정으로 보인다. 밥 스완 인텔 CEO는 지난 24일 실적발표에서 자사의 7나노 기반 PC 프로세서 생산이 올해 안으로 어렵다고 밝힌 바 있다. 이전까지 업계 소문으로만 돌았지만, 최고경영자가 이를 사실로 인정한 것이다.

당시 발표 이후, 인텔의 주가는 15% 곤두박질 쳤으며, 반대로 AMD는 15% 폭등했다. AMD의 위탁생산을 맡은 TSMC역시 15%가 급등했다. 발표 이후 인텔의 투자자들이 모두 AMD와 TSMC로 눈을 돌렸다고 밖에 해석되지 않는 흐름이다. 그리고, TSMC는 인텔로부터 대량수주를 받으면서 27일(현지시간) 10% 가까이 다시 급상승했다.

인텔의 이번 TSMC 위탁 계약은 여러 해석이 가능하다. 향후 인텔이 현재 기술력을 보완하기 위해 종합반도체기업에서 팹리스 기업으로 완전히 전환할 가능성도 거론된다.

CES2020 키노트 연설에서 공개된 타이거레이크 [사진=엔가젯] <CES2020 키노트 연설에서 공개된 타이거레이크 [사진=엔가젯]>

인텔은 지금까지 반도체 설계와 제조를 모두 도맡는 종합반도체기업(IDM)으로 성장해왔다. 그러나, 미세공정 기술이 고도화되면서 설비 투자 부담이 천문학적으로 증가했고, 이는 인텔에도 큰 부담으로 작용했다. 결국 인텔은 마이크로칩의 밀도가 24개월마다 2배로 늘어난다는 ‘무어의 법칙’을 탈피하는 대신 코어를 늘리는 방향으로 선회했다. 현명했지만, 이는 결과적으로 인텔의 미세공정 기술이 3년 넘게 14나노 수준에 머물러 있는 원인이 됐다.

반면에 AMD는 파산직전에 몰리면서 자사의 제조설비를 아랍 국부 펀드에 매각했다. 현재 글로벌 3위 파운드리 기업 글로벌파운드리가 설립된 계기다. AMD는 이때부터 IDM에서 팹리스로 사업 모델을 전환했고, 시행착오 이후 세계 최고 미세공정 기술력을 갖춘 TSMC와 협력하며 라이젠 시리즈를 선보일 수 있었다. 라이젠 출시 이후 AMD는 인텔을 무섭게 추격했고, 급기야 올해 CES에서는 인텔을 완전히 따라잡았다고 공언했다.

리사 수 AMD CEO가 CES 2020 키노트 연설에서 라이젠 4000 시리즈를 공개하고 있다. 라이젠 4000 시리즈는 인텔 CPU보다 약점으로 지적받던 싱글코어 성능도 개선했다. [사진=AMD] <리사 수 AMD CEO가 CES 2020 키노트 연설에서 라이젠 4000 시리즈를 공개하고 있다. 라이젠 4000 시리즈는 인텔 CPU보다 약점으로 지적받던 싱글코어 성능도 개선했다. [사진=AMD]>

이 일련의 사건들은 IDM보다 팹리스 또는 파운드리 기업들이 기술혁신에서 더 유리함을 보여준다. 물론, 인텔은 아직 IDM이다. 그러나, 뒤처진 제조기술을 외부에 맡기는 전략을 선택한 이번 결정은 기존 인텔의 정체성을 뒤흔들 만큼 파격적이라 볼 수 있다. 결과가 좋다면, 더 나아가 AMD처럼 제조파트를 매각하고 팹리스로 전환할 가능성도 없지 않다. 무엇이 되든 TSMC에게는 이득이다.

파운드리 업계 입장에서, 이번 인텔의 TSMC 제조위탁이 불편한 기업이 있다. TSMC를 따라잡으려던 삼성전자다. 업계 일각에서는 인텔이 제조를 외부업체에 위탁할 가능성을 예상했고, 이에 경쟁사와 아무런 거래 이력이나 관계가 없는 삼성전자가 수주를 할 거라 전망한 것이다. 그러나, 인텔은 오히려 AMD가 자신들을 따라잡게 만들어준 TSMC의 기술력을 높게 평가하고 믿고 맡긴 듯하다. 그런데, 증권가에서는 여기에 다른 요인도 함께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을 내놨다.

TSMC 본사 전경.<사진: TSMC> <TSMC 본사 전경.<사진: TSMC>>

최근 미국 기업들은 새로운 반도체 칩 제조 수요가 발생할 때마다 TSMC을 우선 고려하는 분위기다. TSMC가 최근 미중갈등 상황에서 화웨이와 결별을 선택하고 미국 애리조나에 공장을 짓겠다고 발표한 결정도 크게 작용하고 있는 것이다.

미국 기업에서는 애리조나 공장을 통해 현지 조달이 가능하며, 이를 통해 제반비용을 대폭 절감할 수 있다. 무엇보다 팹리스가 파운드리에 설계 도면을 맡기는 일 자체가 기술 유출의 위험을 감수해야 하므로, 미국 기업 입장에서는 지리적으로 관리와 감시가 용이한 현지조달이 매력적일 수밖에 없다. 반면에 삼성전자는 애플처럼 다른 사업부에서 경쟁관계에 놓인 잠재 팹리스 고객도 다수 존재해 TSMC보다 매리트가 떨어진다는 평가다.

실제로, TSMC는 애리조나 공장 증설 결정 이후 화웨이 대신 애플과 인텔을 얻었다. 이에, 국내에서도 삼성전자가 미국에 대한 투자 확대와 공장 증설을 해야 한다는 주장에 힘이 실리는 중이다. 이런 흐름대로라면 TSMC가 수요를 견디지 못해 물량이 흘러넘치지 않는 한, 삼성전자가 신규 계약을 수주하는 일은 어려울 수 있다는 분석이다. 현재 삼성전자의 미국 오스틴 공장 증설 가능성이 거론되지만, 삼성전자는 아직 결정된 사항이 없다고 밝혔다.

김광회 기자 elian118@next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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