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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크리포트] 일상에 들어온 AR, 역사·예술·문화와 마주하다

발행일시 : 2019-11-05 00:00

증강현실(AR)은 5G 상용화 이전부터 개발했던 실감형 기술이다. 이제는 AR에서 현실과 구분이 어려운 혼합현실(MR)과 확장현실(XR)까지 등장할 정도로 고도화된 기술이 등장했지만 '포켓몬 고' 이후로는 아직 대중화된 사례를 찾기 어려운 편이다. 최근 초저지연 5G가 상용화되면서 게임 외에도 AR 대중화와 시장화를 위한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다. 그중에서도 비중 있게 추진되는 문화와 예술 분야는 대중화에 적합한 접근법과 무한한 가능성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김광회 넥스트데일리 기자 elian118@nextdaily.co.kr

◇과거와 현재를 잇는 AR

애플은 AR 기술에 많이 투자하는 기업 중 한 곳으로 유망 스타트업을 인수해왔다. 지난 2015년 인수한 메타이오의 경우 타임트래블러라는 독특한 애플리케이션(앱)을 개발해 AR의 새로운 활용법을 제시했다. 타임트래블러는 지도 앱에서 안내된 장소에서 이용자가 특정 건물을 카메라로 바라보면 해당 건물에 얽힌 과거 사건을 스마트폰 화면에서 AR로 보여주는 여행자 안내 앱이다. 가령 베를린 장벽이 있던 장소에 카메라를 비추면 카메라 화면 안에서 그대로 구현되는 식이다. 이때 카메라는 사용자와 피사체 거리를 인식해 오차가 거의 없는 형태로 AR를 구현한다.

타임트래블러 앱이 AR에서 발전한 XR 기술로 1961년 당시 베를린에서 벌어진 사건을 라이브 뷰로 보여주고 있다. [사진=타임트래블러] <타임트래블러 앱이 AR에서 발전한 XR 기술로 1961년 당시 베를린에서 벌어진 사건을 라이브 뷰로 보여주고 있다. [사진=타임트래블러]>

이런 AR 활용은 관광객이 지금 공간을 여행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과거 시간까지 동시에 여행할 수 있다는 데 큰 매력이 있다. 특히 베를린처럼 수많은 역사와 사건이 벌어지며 급격한 변화를 맞이한 곳은 아주 적절하다고 볼 수 있다. 구한말, 일제강점기, 한국전쟁, 산업화 등 격동의 세월을 거치며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는 도시가 된 지금의 서울도 크게 다르지 않다.

돈의문 증강현실 서비스를 모바일 앱으로 실행한 모습 [사진=문화재청] <돈의문 증강현실 서비스를 모바일 앱으로 실행한 모습 [사진=문화재청]>

최근 국내에서는 타임트래블러와 유사한 시도가 진행되고 있다. 8월 정동 사거리에서 공개된 '돈의문 AR 서비스'가 대표적이다. 서비스는 일제강점기 때 완전히 철거된 돈의문(서대문)을 지금의 서울과 함께 존재하는 형태로 재현했다. 프로젝트는 제일기획이 우미건설에 제안해 시작됐으며, 철저한 고증을 거쳐 문화재청과 서울시 협조로 진행됐다. 문화재청은 현재 광화문을 중심으로 한양 600년 문화유산들을 VR·AR 기술로 재현하는 '한양도성 타임머신' 프로젝트에 내년 예산 100억원을 배정한 상태다. 향후에도 3년간 총 300억원을 이 프로젝트에 투입할 예정으로 향후 돈의문처럼 지금은 사라져버린 서울 역사 유적지를 시내 곳곳에서 확인하게 될 전망이다.

한국은 급격한 산업화와 부동산 개발을 거치면서 문화재 보존은 그동안 뒷전으로 밀려나 있던 게 사실이다. 파악되지 않은 사례까지 포함하면 이미 훼손되거나 현실적인 문제로 복구가 불가능한 문화재도 상당수일 것으로 예상된다. AR는 이처럼 이미 훼손된 문화재를 시각화해 재현할 수 있어 독특한 문화 콘텐츠로 자리 잡을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5G 타고 외출 시작한 AR

돈의문과 같은 AR 구현에는 초저지연 통신 환경과 피사체와 거리를 실시간 계산할 수 있는 비전인식 기술이 필수다. 5G 상용화 이전에는 주로 실내에서 즐길 수 있는 IPTV 서비스나 교육용 콘텐츠로 AR이 선보인 것도 사실 이런 이유에서다. 포켓몬 고처럼 야외에서 즐길 수 있는 킬러 콘텐츠도 등장한 바 있지만 이는 LTE 환경에서 무리 없이 즐길 수 있는 최소한의 AR만 적용한 것에 불과하다. 따라서 5G 상용화 이후부터는 진짜 AR가 본격적으로 야외로 외출할 준비를 마쳤다고 볼 수 있다. 이런 변화는 하드웨어 측면에서도 발견된다. 최신 5G 스마트폰에 탑재되기 시작한 비과시간법(ToF) 센서는 AR 구현을 지원하며, 고가품 AR 글라스는 유선 연결된 스마트폰에서 일부 성능 지원을 받는 형태로 바뀌면서 가격 부담을 점차 줄이고 있다.

AR 보드게임 틸트파이브의 AR 글라스. 최근 등장한 AR 글라스는 이처럼 USB케이블로 연결한 스마트폰의 AP로부터 성능을 지원받는 형태를 띠고 있다. 가격 역시 기존 제품 대비 대폭 저렴해지는 추세다 [사진=킥스타터] <AR 보드게임 틸트파이브의 AR 글라스. 최근 등장한 AR 글라스는 이처럼 USB케이블로 연결한 스마트폰의 AP로부터 성능을 지원받는 형태를 띠고 있다. 가격 역시 기존 제품 대비 대폭 저렴해지는 추세다 [사진=킥스타터]>

5G 상용화에 사활을 걸고 있는 국내 이동통신사는 각자 중소 개발사와 오픈 이노베이션 생태계를 구축하며 AR 콘텐츠 확보에 집중하고 있다. 올해 하반기 들어서는 소비자가 5G를 통해 일상 어디서나 쉽게 경험할 수 있는 자체 AR 콘텐츠도 일부 선보이기 시작했는데, SK텔레콤 'AR 동물원'과 LG유플러스 '공덕역 U+5G 갤러리'가 대표적이다.

공덕역 U+5G 갤러리에 전시된 작품들은 그 자체로 AR을 실행하는 QR코드다. <공덕역 U+5G 갤러리에 전시된 작품들은 그 자체로 AR을 실행하는 QR코드다.>

특히 U+5G 갤러리는 예술과 기술이 결합한 사례로 큰 의미를 갖는다. 살아 움직이는 사진이나 예술작품은 그저 표면화된 가능성에 지나지 않는다. 현대 예술은 AR와 만나 백남준의 미디어아트 수준을 훨씬 벗어났다. 기존 틀을 넘어선 신기술이 인간의 무한한 상상력과 결합해 또 어떤 형태로 등장할지 모를 일이다.

예술계는 AR와 접목한 새로운 형태 예술을 오래 전부터 대중에게 선보여 왔다. 오는 8일부터 17일까지 서울 논현동 플랫폼엘(PLATFORM-L)에서 열리는 ONN의 XR 전시도 그중 하나다. '퓨처데이즈-혼자 떠나는 어느 날의 산책'이라는 주제로 열리는 이번 전시에서는 프로젝트 ONN, 신준식, 김인현, 박진아, 허지은 등 5명 작가들의 개성 넘치는 작품들을 색다른 감상법으로 즐길 수 있을 예정이다.

혼자 떠나는 어느 날의 산책 전에서 공연될 안무가 박진아의 XR 퍼포먼스 실제(實際)와 실재(實在) 사이. 같은 시간, 다른 차원으로 존재하는 두 무용수의 공존과 상호작용을 감상할 수 있다. [사진=퓨처데이즈] <혼자 떠나는 어느 날의 산책 전에서 공연될 안무가 박진아의 XR 퍼포먼스 실제(實際)와 실재(實在) 사이. 같은 시간, 다른 차원으로 존재하는 두 무용수의 공존과 상호작용을 감상할 수 있다. [사진=퓨처데이즈]>

◇제2유튜브, 참여형 AR 플랫폼 등장 예고

예술은 그 자체로 표현의 자유다. 표현의 자유는 검증된 전문 작가나 예술가 혹은 지식인으로 한정될 이유 없이 누구나 갖는 보편적 권리다. 기술이 누구나 표현의 자유를 누릴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한다면 그 자체로 훌륭한 글로벌 플랫폼으로 도약할 수 있을 것이다. 이는 유튜브만 보더라도 이미 검증된 사실이다. 실제로 관련 업계는 앞서 언급한 타임트래블러를 비롯해 누구나 AR 콘텐츠를 쉽게 만들어 인터넷에 등록할 수 있는 툴을 제공하고 있다. 이미 플랫폼화가 진행되고 있는 것이다.

마크 AR 앱으로 가상 그래피티를 그리고 있다. [사진=사이보TV] <마크 AR 앱으로 가상 그래피티를 그리고 있다. [사진=사이보TV]>

지난 10월 3일부터 6일까지 미국 뉴욕에는 마크 AR(Mark AR) 앱을 통해 그려진 AR 그라피티가 첫 선을 보였다. 이 앱은 모바일 퍼블리셔 아이드림스카이와 게임 앱 '서브웨이 서퍼' 개발사 사이보가 함께 만들었다. 앱 지향점은 명쾌하다. 유튜브처럼 누구나 AR 콘텐츠를 만들어 공유할 수 있게 하는 것이다. 개발사는 향후 더 많은 전시를 계획하고 있고, 테스트를 거쳐 국가 단위로 서비스 지역을 늘려나갈 계획이다. 마크 AR가 아니더라도 언젠가 플랫폼 형태로 발전한 AR 기반 SNS 서비스가 등장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그러나 이런 참신한 시도는 심각한 부작용이 뒤따를 수 있다.

마크 AR를 기준으로 설명하면 일반 가정집에 그려 넣은 AR 그라피티가 인기를 얻게 돼 사생활 침해로 이어질 수 있다. 과거 일부 소비자는 집에 등장하는 포켓몬을 잡겠다고 침입한 사람들로 인해 심각한 사생활 침해를 당했다며 문제를 제기한 사례가 이를 잘 말해준다. 지금도 관광지가 돼 몸살을 앓는 벽화마을을 보면 이 마을 주민들이 AR 벽화라서 특별히 반길 일도 없을 것 같다.

사진=연합뉴스tv <사진=연합뉴스tv>

지나친 표현으로 인한 문제도 불거질 수 있다. LA 한인타운에 그려진 욱일기 벽화가 한차례 논란이 됐던 것처럼 이와 유사한 사례가 AR에서 벌어지지 말란 법도 없다. 이런 플랫폼이 글로벌 단위로 서비스될 때 운영자는 일일이 국가별 민감 사안까지 고려해가며 실시간 대처해야 한다. 업계 전문가들은 “플랫폼 사업은 상당히 세심히 다뤄야 하며 기업의 사회적 책임과도 결부되는 사안”이라면서 “예술은 얽매이지 않으려는 습성이 있고, 기술과 예술 결합은 무한한 가능성과 함께 예상치 못했던 부작용도 가져올 수 있다”고 우려한다. AR 대중화와 함께 다양한 관점의 보완책도 함께 준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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